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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할머니

omz 2023. 10. 15. 23:19

오늘은
오랜만에 할머니를 보러 갔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막힌 방문길은 비대면 면회로 대체되었고, 코로나 검사 후 대면 면회가 가능해진 시점이 되어서야 찾아갔다.
면회 예약을 위해 병원에 전화했는데 순간 할머니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 아빠의 이름을 외우고, 글씨를 배워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름을 외우고 써내려가는 어린 시절에 난 할머니 이름이 보석과 비슷하다며 유추해서 외웠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난, 할머니의 이름을 묻는 병원 직원의 질문에 보석을 떠올리며 이름을 유추해냈다.


너무 늦게 간 탓인지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최소한의 감정 소모만 하고싶어서 별 생각 없이 보고 오자 다짐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충격받아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물이 났다.
할머니는 당신의 아들 이름 ㅇㅇ에는 반응하셨는데 정작 ㅇㅇ 딸은 못알아보셨다.
혹시나 해서 내 핸드폰 갤러리에 저장된 어린 시절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할머니집 대문을 왔다갔다 하면서 살갑게 지내던 얘기를 해드렸지만 교감이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의 이야기 듣는 듣한 표정으로 오히려 간식들에 관심을 보이는데 거기서 다시 한번 왈칵했다.


할머니가 카스타드를  계속 먹고 싶다 하셔서 그 자리에서 3봉지를 드셨는데 뭔가 우리랑 계속 있고 싶어서 간식들을 자꾸 드시는 것 같고, 아이가 된 것만 같아 맘이 아팠다.
할머니는 여긴 어디고, 저 사람들은 누구냐고 몇번씩 반복하면서 물으셨는데 이 말이 마치 나 좀 내 집으로 데리고 가주세요 하는 것 같아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했다.
할머니집 병원이랑 차로 5분 거린데...
참 돌아가기 힘드네 그치?



앞으로 더 자주 할머니를 뵈러 가야겠다고 다짐한 오늘.